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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난, 빈곤의 반대말은 부유함이 아니라 안전, 충족이다. 요즘 세상이 무섭고 잔인한 것은, 부유하지 않으면 누구도 자신을 보호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. 노스페이스 점퍼는 예전 나이키나 아디다스 운동화처럼 부의 상징이 아니다. 보호받지 못하는 상태(왕따)로 떨어지지 않기 위한 불안과 누군가는 보호받을 수 없다는 사회적 폭력의 결정체다.
나도 두렵다.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나를 보호해 줄 돈이 없다는 이유로 내 존재가 지워질까봐. 용산 참사도, 쌍용차 사태도 그래서 무섭고 치가 떨린다. 그래서 조금이라도 안 그런 세상을 만드는 쪽에 조금이라도 찬성표를 던지며 산다.
오늘은 1월 20일, 용산참사 3주기다. 있는 그대로 나를 인정하는 것, 나를 이기는 것, 나와 화해하는 것. 이 셋이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. 이 셋이 같다고 알게 되었다거나 깨달았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. 그냥 그런 생각을 했을 뿐이다. 이 셋이 같다고 씌여 있는 문장을 머릿속에서 읽은 것과 비슷하다. 인지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. 여튼 인식과도 체득과도 거리는 멀다. 몇달 전이지만 명상을 하던 때 느낀 것은 마음과 생각과 몸이 서로 참 잘 방해한다는 거였다. 나는 나에게 참 잘 졌고 잘 포기했다. 매번 끊임없이 생각들에 풍덩 빠졌고 어느 순간 내 마음에 휘둘렸고 매일 내 몸에 무릎을 꿇었다. 인정도 극복도 화해도 없이 그만둔 지 몇 달. 감기에 걸려 온몸이 땀에 절을 때마다 그리고 그 땀이 식어 다시 재채기와 열이 될 때마다 운동하고 체력을 키워놓지 않은 나를 탓하지만, 돌아누운 저녁에 스트레칭 자세를 한번 취할 때마다 금방 밀려오는 조급합과 짜증 또한 변함없이 날 변하지 못하게 하는 나다. 잊고 싶고 미루고 싶은 맘은 하루하루를 불행하게 흘려보낸다. 사람은 실행한 만큼 젊어지고 미룬 만큼 늙는다. 여기서 '사람'은 '나'이기도 하고, 마음이기도 하고, 생각이기도 하고, 몸이기도 하다. 어느 것 하나 있는 그대로 나라고 깨닫지는 못하지만은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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